레베카의 4½ 캠퍼스 라이프
 
 박 레베카 학생 스텝
 
 
 요절 : 창 24:60 “너는 천만인의 어미가 되리라”
 
 
  화학생물공학부 07학번 박레베카, 드디어 졸업합니다. 짧고도 길었던 4년하고 반이 어느 세월에 지나서 이제는 대학생의 신분을 벗으려고 합니다. 한편으로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저도 제 캠퍼스에 어느새 정이 들었나 봅니다. 너무 커서 셔틀이나 버스를 타고 다녔던 캠퍼스, 걸어서 올라가기엔 무리였던 나의 과 건물 302동, 뒤 늦게나마 좋은 곳이라는 것을 깨달아서 공부하러 갔던 중도, 쉽게 찾아가지 못한 학관과 그 안에 있는 우리 CMI 동아리방, 그리고 제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이것들이 다 제가 쉽게 떠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뒤돌아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2006년 12월, 저는 학교 입학 전 부모님과 함께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떨리는 마음으로 컴퓨터를 켰습니다. 서울대 합격 여부가 발표되는 날이었습니다. 그 떨림 가운데서 “합격”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모두가 얼마나 다행으로 생각하고 기쁨으로 여겼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특별한 경우로, 아직 고등학교 졸업식은 안 했지만 졸업증만으로 고등학교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07학번으로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서울에 왔을 때, 변 목사님과 사모님께서 서울대에 CMI를 개척하였었고, 학교 근처에 살고 계셔서 저는 입학하고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에 함께 살았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자신의 집이 반 지하라는 것에 대해 별로 마음에 안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반 지하라는 것이 오히려 신기하고, 묵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 해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목사님 댁에서 살면서부터 저의 일대일은 사모님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라포로 시작을 했었는데, 저를 과대평가하셨는지 사모님께서는 라포를 그만 두시고 바로 성경공부로 들어갔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조금씩 부담을 느끼고 불만을 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저는 기숙사로 들어가게 되었고, 새로운 학교생활에 적응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적응을 하려면 그 문화를 알고 그 문화를 경험해 봐야한다는 생각에 과 친구들과 선배들과 항상 어울렸었습니다. 그러면서 성경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부담과 불만은 점점 더 커져 갔습니다. 성경공부보다는 친구들과 맘 놓고 노는 것이 더 재미있고 심지어 더 의미 있어 보였습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처음에 혼자 시작된 나의 CMI 활동은 너무 외롭고 재미가 없어서 적응을 할 수가 없어서 그 양심의 소리마저 무시하고 놀았습니다. 그러자 나의 양심은 점점 무뎌져 갔고, 말씀공부와 그 뒤에 항상 있는 소감쓰기, 그리고 주일예배 말고도 나오라고 하는, 학생도 없는, 학생예배도 짜증이 났습니다. 그래도 처음에는 저의 신앙심 앞에 할아버지, 할머니나 부모님에게서 배운 예의가 있어서, 예의상 목사님과 사모님께 신세진 것이 많아 CMI에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저는 목사님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CMI의 첫 학생 대표로 세워졌고, 사모님의 모닝콜로 아침에 했었던 학생예배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의 1학년 1학기 신앙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첫 학기가 끝나고 저는 졸업식을 위해 다시 요르단에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7월까지만 있다가 돌아오는 것이었는데 저는 거기에 계속 붙잡히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할 계획들을 다 짜놨었는데, 요르단 교회를 통해 이루어지는 선교 프로그램에 참석해서 통역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정말 참석하기 싫었지만 어른들의 권위는 더 강했습니다. 저는 거기에 머물러서 도왔던 일을 이제는 너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부족한 저의 통역을 통하여서 중동 아랍 사람들에게도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이셨습니다. 아랍 단어들을 잘 몰랐지만,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통역을 잘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은혜로운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그렇게 저는 영적으로 갑자기 뜨겁게 달궈졌습니다. 뜨거운 여름을 겪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CMI 활동을 하고자 했을 때, 처음에는 수가 적어도 이제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열심히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그 프로그램에서 봤었던 눈으로 보이는 뜨거움이 없는 것 같아서 곧 시시함을 느끼게 되고, 나의 열정도 점점 식어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나중에는 처음 원상태로 돌아가서 나의 신앙생활은 뒷전이 되었습니다. 세상과 신앙 사이에서 갈등을 빚다 결국에는 세상을 택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저는 다시 일대일 말씀 공부를 이어나가게 되었고, 별로 하는 것은 없었는데 힘들었던 대표 자리를 조금 하고 내려놓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가 목사님과 사모님께 많은 아픔을 주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끝까지 저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말씀으로 붙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와중에 저는 창세기 말씀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아브라함의 후손들의 이야기를 배우면서 새롭게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는 야곱 말씀을 배우면서 제가 얼마나 부모님의 신앙에 의존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배운 창세기 말씀은 28장 15절과 32장 30절입니다.
 
 창28:15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
 
 창32:30 “그러므로 야곱이 그 곳 이름을 브니엘이라 하였으니 그가 이르기를 내가 하나님과 대면하여 보았으나 내 생명이 보전되었다 함이더라”
 
  이 말씀을 배우고 소감을 쓰면서 말씀을 대하는 자세가 바뀌었습니다. 집 나와서 고생하고 힘들어할 때 하나님께서는 항상 함께 하여 주시고 내 편이 되어 주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당시, 목사님과 일대일을 했었는데, 일대일을 위해서 지방에 있었던 중요한 모임 도중에 일대일 시간에 맞춰 올라오신 목사님을 보고 마음을 다잡게 되었습니다. 말씀 앞에서 겸손해지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이후 목사님과 일대일 시간은 왠만하면 잘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했을 텐데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러 간다는 생각에 자꾸 시계를 보고 제 시간에 맞추려고 했습니다. 그 결과 하나님께서는 저를 말씀의 종으로 세워주셨고, 마음 자세가 좀 고쳐져서 그제야 귀한 동역자들을 붙여주셨습니다; 원석 목자님과 요나단 목자님과 횃불 1기팀을 이루게 되었고, 목동 선서도 했습니다.
 
  저의 신앙생활은 이렇게 힘들게 자리 잡게 되었는데, 저의 공부는 제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1학년 때 기초단계를 잘 쌓지 못해서 점점 어려워지는 학과 공부에 적응을 못해갔습니다. 교수님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도통 이해를 못했고, 시험공부를 해도 막상 시험지가 눈앞에 놓이면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시험 점수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고, 과연 내가 어떻게 고등학교 때 공부를 해서 서울대에 오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신기해하게 되었습니다. 좌절을 경험하면서도 어디 하소연 할 곳이 없을 때, 하나님께서는 마가복음 말씀으로 다가와주셨습니다.
 
 막11:22-24 “하나님을 믿으라”“믿고 마음에 의심하지 아니하면 그대로 되리라”
 
  이 말씀은 공부에 있어서 나의 믿음뿐만 아니라, 나의 캠퍼스 생활 동안 계속해서 요절 말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제 자신은 할 수 없는 것 같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하나님께서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저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이 말씀을 붙잡고 공부를 했을 때, 결과가 또 안 좋게 나와도 저는 괜찮았습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그 와중에도 장학금을 주셨고,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게 하셨습니다.
 
  꾸준한 일대일과 예배로 신앙적으로 조금씩 성장해 갔고, 2009년 여름 평창국제수양회에서 저희 횃불 1기 팀은 목자로 세움을 받았습니다. 목자 선서도 하고, 메달도 받고, 사진도 찍고, 수양회 이후에 다 같이 간 DMT에서 양평의 한 폭포 아래서 함께 기도를 했습니다. 아직 부족한 것 같은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때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말씀은 요한복음 15장 말씀과 21장 말씀입니다.
 
 요15:16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열매를 맺게 하고 또 너희 열매가 항상 있게 하여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무엇을 구하든지 다 받게 하려 함이라”
 
 요21:15 “내 어린 양을 먹이라”
 
  앞으로 올 후배들의 목자가 될 것을 생각하니 마냥 신기하고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훈련을 받고 10학번 후배들을 맞이하였습니다. ‘우리’라는 단어를 쓰기 미안한 것이 그때 회장이었던 원석 목자님이 거의 모든 수고를 다하고 실질적으로 애들을 섬기는 것은 원석 목자님 몫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그때 후배들을 맞이하려고 들떠 있던 마음이 할머니의 암 선고와 할아버지의 교통사고 소식으로 한 순간 무너졌었습니다. 그래서 2010년 겨울 방학에 후배들을 맞이할 준비는 못하고 전주에 내려가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병간호해야 했고, 바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정정하시던 분들이 이렇게 병원 침상에서 고통스러워하시는 것을 보고 마음이 많이 힘들었고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또한 이제 4학년이 된 저는 마지막 학과 공부가 너무 빠듯했고 정신이 없는 가운데 후배들에게 마음 쓸 겨를을 못 냈습니다. 그래서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 CMI의 한 선배가 저에게 전화를 걸더니 하는 말이 제가 MK 중에서 제일 많이 놀았고 좀 까지고 그러지 않았느냐며 말을 이어 나갔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물론 제가 대학 들어와서 완전한 기독인으로써 행하지 못한 것이 있긴 하지만, 내 자신이 회개하고 회복하고 또 말씀을 더 따르려고 노력하는데 그래서 많이 변화 됐다고 내 스스로 느끼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를 나의 옛 모습으로 기억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것이 가식적으로 느껴지고,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나의 옛 모습으로밖에 날 기억하지 않겠지 싶어서 저도 열심히 하려 하다가도 그냥 가식적으로 CMI에서 활동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죄책감에 더 시달리기도 하고 마음도 점점 어두워졌습니다. 그때 저는 로마서 일대일을 하고 있었는데 제게 다가온 말씀은 로마서 8장이었습니다.
 
 롬8:1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저는 이 말씀이 너무 좋았습니다. 예수님도 저를 정죄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정죄한단 말입니까? 스스로 죄책감을 느껴서 스스로 정죄했던 내 자신이 불쌍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신앙적으로 서서히 회복되어 갔습니다. 그런 와중에 10학번 후배들이 떠나가고 또 힘들어하고 있는 원석목자님과 간사님을 바라봤을 때 저도 옆에서 같이 안타까워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홀로 남은 지혜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지혜와 일대일을 하기로 하고 목자의 역할을 드디어 해냈습니다. 부족한 저였지만 가르치면서 제가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은혜를 얻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저는 할머니의 소천 소식을 듣게 되고, 그 후 두 달 뒤에는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이상하게도 대학에 들어와 죽음을 많이 보았습니다. 친구의 죽음, 외할머니의 죽음, 예전 교회의 목사님과 사모님의 죽음. 그때 느꼈던 허무함이 이번에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다시 되살아났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이해가 안 가는 죽음. 목사님께서 요한복음 11장 말씀으로 제가 이것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도우셨습니다.
 
 요11:25,26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부활이요 생명 되신 예수님을 바라보게 되었고, 마지막 학기에 졸업논문을 쓰면서 바쁘고 지친 저에게 힘이 되고 조금 더 성숙한 저로 성장하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저는 정말 다이내믹한 대학생활을 마치고 이제 졸업을 합니다. 특히 4학년 때부터 진로 고민과 함께 저는 마음의 짐을 무겁게 들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항상 두렵고 걱정 되었습니다. 그 때 우리 어머니께서 저에게 주신 말씀 잠언 16장 3절과 9절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 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로 항상 기도하고 믿음을 간직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랬을 때에 하나님께서는 저를 가장 선한 길로 인도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졸업을 하고 나면 Q국에 가서 한 공공기관에 근무하게 됩니다. 그냥 잠깐 갔다 오는 것인데 목사님께서는 저를 단기 선교사로 파송하겠다고 하는 것이 저를 더 설레게 합니다. CMI의 대표 이정식 목사님께서는 저에게 창24:60 “너는 천만인의 어머니가 될지어다”라는 말씀으로 저의 사명과 정체성을 다시 확고히 잡아주셨고 앞으로 어딜 가던지 믿음 안에서 꿋꿋이 말씀과 기도로 서길 바랍니다.
 
 한마디: 너는 천만인의 어머니가 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