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기 목자학교 대표소감
 
 오은총 목자(약대 13)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 CMI 목자로 섬기고 있는 오은총 이라고 합니다. 요절 말씀은 요한복음 16장 33절 말씀입니다. “이것을 너희에게 이르는 것은 너희로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 함이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저는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습니다. 가정은 외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과 저 이렇게 다섯 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부모님은 부부약사로 일하셨습니다. 가정형편은 넉넉했지만 부모님들이 의약분업에 대처하지 못해 약국이 문을 닫으면서 어려워졌습니다. 제가 어릴 때, 아버지는 다른 약국에 들어가셨고 어머니는 일을 그만 두시고 문학 공부와 작품 활동을 시작하며 저와 형을 가르치는 데만 힘쓰셨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은 꽤 행복했던 시기입니다. 전성기였죠. 제가 있던 반에서 권력과 인기를 양분하던 두 여학생이 모두 저를 좋아한다고 말해서 파장이 컸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제가 2학년 때 어머니는 갑자기 교육을 목적으로 서울로 이사를 계획하셨습니다. 순천의 친구들에게는 연락도 못하고 헤어지게 됐습니다. 갑작스러웠던 서울 생활은 힘들었습니다. 집안의 빚이 해결되지 좁은 원룸에서 월세를 내며 4 식구가 살아야 했습니다. 고등학교까지 원룸에서 가족들이 지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집 위치를 물어보면 숨기기 바빴고 엄격 한 어머니 탓에 방과 후엔 바로 집에 돌아와 혼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중학교 때는 초등학교 친구들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면서 좀 더 외로워졌습니다. 또한 제가 폭력사건에 피해자로 연루되고, 옛 친구가 가해자 편을 드는 것을 보며 저는 마음이 다친 이후로 저의 성격은 소극적으로 변했습니다. 서울 생활 중 돈 들일이 많아 어머니가 공부방을 운영하셨는데 주로 제 친구들이 다녔습니다. 그러나 중간에 공부방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친구들이 생겼고, 친구들과 어색하고 멀어지는 일이 잦았습니다. 제가 공부방에 친구들을 많이 데려와야 집에 도움이 됐고 그래야 제가 서울에서 공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친구들을 어머니의 공부방으로 부르는 일이 많이 부끄러워도 노력했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왔지만 또 많은 친구들이 나가면서 저는 다시 외로웠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저의 공부와 어머니가 운영하시는 공부방 이렇게 두 가지에서 문제들이 발생했습니다. 친구들은 “자기를 공부방에 데려가면 너에게 용돈을 더 주냐”며 비아냥거렸습니다. 저는 반 친구들이 한꺼번에 왔다가 성적이 떨어진 나를 보며 다른 학원으로 옮겨갔고, 이런 일로 친구를 오래 사귀기가 어려웠습니다. 나를 위해 필요한 일인 줄 알면서도 하기 싫다고 어머니와 자주 다퉜고, 고3때는 공부방을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이후 별 일 없이 수능을 마치고 대학 합격 발표로 조용하게 고등학교 생활은 끝났습니다. 졸업식 때 14명의 학생이 성적 우수상을 타게 되었는데 한 명 한 명 올라갈 때마다 친한 친구들의 함성이 울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올라갔을 때 강당 안에 돌았던 적막과 그에 이은 초대받지 못한 쓸쓸한 기분을 경험을 했습니다.
 
  서울대 생물교육과에 입학한 이후, 대학은 저에게 새로운 출발이었습니다. 학창시절의 우울한 기억의 대부분이 외로움이었던 것을 생각하며, 저는 좋은 친구들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CMI는 신입생 새터에서 꿀물봉사를 하던 같은 과 선배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선배는 일대일 성경공부를 제안했고 저는 한창 바쁘게 돌아다니던 때라 고민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교회는 다녔지만 부모님을 따라 어른 예배만 참석하곤 했습니다. 저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 성경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후에 선배 목자님과 간사님을 통해 말씀을 배웠고, CMI 예배에도 나가게 되었습니다. 미숙하고 부족한 학생이었을 텐데 선배들과 간사님들은 제 이야기 한마디 한마디를 집중해서 들어주시며 공감해주셨습니다. 이 시기에 성경공부와 예배 후 소감을 나누는 시간은 저를 좀 더 생각 있게 살도록 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말에 민감했고 평판이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심으로 세상의 눈치를 보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성경공부를 하고 예배를 드리면서, “내가 누구이고, 추구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저는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지는 않았지만 천천히 아주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이후 성경공부와 몇 번의 소감 발표 이후에 선배목자들과 목사님 간사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목동선서를 하고 CMI의 목동으로 섬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생물교육과에 입학했지만 새로운 꿈을 꾸며 약학대학 입시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약대입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외로움이었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듣는 강의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혼자 강의실을 찾아 다녀야 했고 혼자 먹는 점심이 싫어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습니다. CMI 예배에도 많이 참석하지 못하고 성경공부 시간도 미루고 빼먹는 일이 잦아서 죄송한 마음뿐이었는데 찾아 갈 때마다 수고한다며 말 해주시고 기도해 주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2학년 여름방학이 끝나는 8월 말 큰 부담 없이 시험을 마무리 했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2학년 겨울 성탄수양회에서 변형용 목사님의 권유로 목동수준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에 관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모든 죄의 무게를 얹고 골고다로 힘겹게 걸으셔야 했고 후에는 세상 모든 죄를 떠안고 하나님께 외면당하는 큰 아픔까지 겪으셔야 했습니다.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 말하고 다니며 자랑으로 여기던 저는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하고 외치셨던 예수님의 음성을 통해, 나의 죄가 하나님과 예수님 사이를 이간질하여 떨어뜨려 놓은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공부 한 가지만을 위해 달려온 저의 목표와, 그 동안의 저의 행동들이 가식과 허위로 느껴질 정도로 저의 죄가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이 것은 제가 저의 죄인 됨을 인정하고 주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자임을 인정하도록 했습니다. 오만했던 지난 삶을 회개하고 구원의 은혜에 감사하며 그에 답하여 주님을 기쁘게 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친구들을 통해 나의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애썼던 삶이 나를 위하여 돌아가신 예수님을 위한 삶을 살기로 다짐을 했고, 2015년 1학기 때, 목자로 선서를 했습니다.
 
  2015년 저는 서울대 약대 입학 이후, 약대 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강의실에서 멍하니 시간만 때우고 저녁엔 옛날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그토록 원하고 노력해서 올라온 자리인데, 초대받지 못 한 자리에 억지로 온 것 같은 옛날의 느낌이 되살아나며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하는 복잡한 마음으로 방황했습니다. 공부는 손에 집히지 않았고, 거의 매일 생물교육과를 찾아가 동아리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지냈습니다. 약대에서는 한량인척, 혼자 다니는 게 편한 척 하면서도 적응에 실패했다 하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안고 지냈습니다. 그러던 도중 술을 마시고 친구에게 한 번도 한 적 없던 심한 실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친구에게도 비슷한 실수를 하면서 아 지금 내가 정상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지저분한 사람이었는가 하는 생각이 참을 수 없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가장 컸던 것은 불안함 이었습니다. 내가 한 실수들이 세상에 알려지고 나는 내가 누리고 있는,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을 잃어버리겠구나 하는 불안함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남들 앞에서는 티를 안 냈지만 몇 번씩 죽음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힘든 마음에 간사님께 원래 개인적인 힘듦은 잘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매번 성경공부를 하거나 식사교제를 할 때면 차마 지금의 상황은 말하지 못하고 다른 인생문제와 쉬고 싶다는 이야기를 버릇처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저는 더 하나님 말씀에 매달리고 기도하는 힘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다시금 십자가 예수님의 외침과 구원의 은혜를 떠올리게 했고, 제가 얼마나 추악한 죄인인가를 뼈 속 깊이 새기게 하셨고 회개 하도록 하시며, 사랑으로 저의 실수를 보듬어주는 친구들을 통해서도 저에게 그 사랑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저는 그 때부터 하나님께 새로 받은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2015년의 여름 수양회 이후에 예수님의 목자의 마음에 대해 묵상하면서 친구들을 돕고 싶은 마음을 주셨습니다. 생물교육과 입학 동기인 여학생이 있었는데, 대학에 들어와서 믿음을 잃어버린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1학년때부터 CMI에 와서 성경공부도 시작했지만 영적인 관심은 많지 않았습니다. 저는 간사님과 기도제목을 나누고, 이제는 학과가 달라졌지만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예배와 성경공부에 적극적으로 초청을 하면서 믿음이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그 친구가 지난 1월 달에 아브라함 말씀공부를 하고 목동으로 선서를 했습니다. 또한 생물교육과 후배 형제를 간사님께 소개를 시키고 일대일 관계도 맺었습니다. 비록 3년의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제가 한 사람의 믿음의 친구요, 목자로 서가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휴학에 대한 생각을 뒤로하고 시작한 가을학기 역시 여전히 힘들었지만 간사님으로부터 받은 담대하라는 말씀이 큰 힘이 됐습니다. 요 16:33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란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이 말씀은 공부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저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었고 아직까지도 저를 용기 낼 수 있도록 하는 말씀입니다. 세상을 이기신 예수님이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저의 삶을 지켜보고 계시는데 내가 무엇이 두려워서 이렇게 움츠러들어 있는가 하는 마음은 저를 강하게 하고 도전하게 했습니다. 지금은 모든 것을 극복하고 약대에서 학생회로 밴드동아리의 부회장으로 일하며 학과 내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려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약대와 캠퍼스에서 방황하는 친구들을 말씀으로 돕는 목자가 되고 싶습니다. 아직 일대일 성경공부를 가르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친구들과 후배들을 간사님들에게 소개시키고, 예배에 초청하며 함께 예배하는 예배자들을 세우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외롭고, 소심한 저를 예수님의 십자가로 구원하시고, 이제는 담대한 목자로 서서 캠퍼스를 섬기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작은 변화를 통해서 영혼들을 살리는 목자로 쓰임 받기를 기도합니다.
 
 담대하라. 네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