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조사 연구한 ‘서울대학생 특성 및 Need 연구보고서'의 관점에서 서울대 발전을 위한 다음과 같은 8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1. 효과적인 학습지원을 위하여
 
  ‘학과공부’에 대해 신입생들이 지대한 관심을 보인 만큼 무엇보다도 신입생들의 학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학업지원은 구체적으로 신입생의 교육욕구를 반영한 실제적인 교육과정으로의 개편, 효과적인 학습방법 교육, 우수한 교수진의 유치 등과 같이 다양한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 제 2 도서관 건립 등 좀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외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측면에서도 보강되어야 하는데, 특히 교수와 학생간의 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예를 들어 학부제의 경우 대학생활이나 전공 선택 및 진로지도를 전담하는 교수요원 충원, 교수와 학생 간의 교류 프로그램 등이 요청된다.
 
 2. 체계적인 세계화교육을 위하여
 
  국제 교류의 활성화와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Global Citizenship'을 함양시키기 위해 학교당국도 해외대학 교환학생 파견과 학점인정제도를 확대하기로 했으며, ‘02년부터 대학원생들의 해외대학 파견 프로그램을 실시키로 했다. 또 외국인 교수와 외국인 학생들의 주거지를 위해 연건캠퍼스 근처와 관악 기숙사 부지에 ’03년 가을에 새 기숙사를 지었다. ‘00년부터 모든 신입생들에게 TEPS를 도입해서 졸업 조건으로 700점을 요구했지만 하향 조정하고자 하고 있다. 아직도 세계화에 대한 준비 부족 때문에 최근에 학자나 교수가 되려는 서울대생들이 모교 대학원보다는 외국 유학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므로 신입생들의 세계화 수준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더욱 원활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재학 시절 중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외국어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 예컨대 해외 정보나 국제적 감각을 키울 수 있는 각종 강연이나 프로그램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 영어 까페나 작은 영어 마을과 같이 동아리나 과방에서 영어로 말하는 공간을 넓혀 주어 평상시에도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장해 줄 필요가 있다. 나아가 해외대학 교환학생 파견과 학점인정제도 실시 후 그동안의 현황을 파악 분석하여 더욱더 체계적이고 실용적으로 운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세계 일류대 학생들이 본교에 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학과를 선정하여 장기적인 안목 가운데 집중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주로 아시아적이면서 한국적인 학과에 영어로 강의할 수 있는 학자를 키워야 한다. 또 각 분야별로 세계적으로 뛰어난 학자를 유치하거나 키워야 한다. 또 학생들에게는 2년이나 3년은 본교에서 나머지 학년은 세계 일류 대학에서 공부하고 올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그런 학생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3. 건전한 공동체발전을 위하여
 
  서울대생들의 <모교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정도>는 ‘보통 이하’로 나타났다. 모교에 대한 자부심과 애교심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모교에 대한 자부심이 이렇게 낮다는 것은 ‘모교애’ 역시 낮음을 말해준다. 현장 조사 결과 서울대인들은 스스로 서울대에 대한 폄하를 쉽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 사회 일각에서 부상되는 서울대 폐지론의 중심에 서울대인들이 있었다. 또 타교에 비해 졸업생들이 월등하게 좋은 직종에 많이 있건만 본교가 국립대학임을 감안하더라도, 학교 재정 기부금이 타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01년부터 시행된 계열별 광역화는 기존의 학과 중심의 전통과 맥을 근본부터 흔들어버렸다. 이런 제반 사항들을 볼 때 서울대인들 안에 건전한 공동체 정신과 ‘모교애’가 그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기임을 알 수 있다. 배타적이지 않으면서 건전한 ‘모교애’ 함양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해 본다.
 
  첫째, 본교의 역사를 정립하여 정체성을 회복시킨다.
  본교의 뿌리가 일제 치하의 경성제국대학인지, 미군정 기간에 급조된 국립대학인지, 아니면 조선조의 국립대학 격인 성균관인지, 본교의 역사를 정립하기 위하여 사학자들이 앞장서야 할 것으로 본다. 본교 설립 초기 ‘국대안’ 사건으로 큰 파동을 겪은 선례가 있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역사 바로 세우기에 힘쓰는 이 시대의 흐름과 맞물려 하루속히 본교의 역사도 정립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리하여 국립 서울대학교로서의 정체성이 분명하게 확립될 때 모교에 대한 자부심과 애교심이 함양될 것으로 본다. 현재 본교 안에 규장각이 있어 이를 활용하거나, 앞으로 외교적 노력을 통해 프랑스에 있는 규장각 장서를 반환 받아 본교에 보관한다면 정체성 회복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기숙사를 통해 공동체문화를 심어 간다.
  대학 1, 2학년은 대학문화를 주도하고 공동체를 이룰 주체들이다. 기숙사는 전국과 세계에서 모여든 인재들이 서로 처음 만나 생활하며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곳이다. 그러기에 힘을 들이지 않고도 본교에 대한 애교심을 자연스럽게 심어줄 수 있는 곳이 기숙사라고 본다. 신입생들의 27% 이상이 기숙사 생활을 원하고, 현재 상당수의 서울대인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바로 이런 기숙사 생활을 통해 모교를 사랑하고 긍지를 갖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한다면 모교에 대한 공동체 문화를 이루는데 기숙사가 좋은 발판이 될 것으로 본다.
 
  셋째, 서울대의 새 이미지를 만든다.
  대학은 이름만 나와도 금방 이미지가 떠올라야한다. 그런데 ‘서울대’ 하면 정문의 마크가 떠오를 뿐 역동적인 것이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이제 서울대의 새로운 이미지를 구체화하여 정문의 이미지와 연결시킨다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대인들이 존경하는 교수나 선배의 흉상을 만들어 정문 근방에 세워 둘 수도 있다. 도서관 옆 잔디밭에 민주화 열사들의 흉상이나 표상을 모아 민주화 정원을 만들 수 있다. 아크로 광장 계단 좌우에 서울대 출신 노벨상 수상자 흉상을 위해 빈 자리를 만들어 노벨상을 향한 꿈을 심을 수도 있다.
 
 
  넷째, 공동체 문화 이벤트를 만들어 응집시킨다.
  다른 대학들은 서로 라이벌 의식을 갖고 대학 공동체 이벤트를 만들어 자기 대학인들을 응집시키고 있다. 이제는 이런 이벤트가 전통화 되었고 사회인까지도 참여하게 되었다. 서울대는 각 분야에 명실 공히 지도자를 양성하는 대학인데 반해, 서울대인 개개인은 단결심이나 인간관계가 약하다. 리더십 향상 차원에서 학생회나 학교당국이 일년에 한 번 정도의 공동체 이벤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실행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겠지만 면밀히 조사하고 대책을 세운다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이 때 이웃 연대생과 고대생 및 김일성대생, 일본의 동경대생과 중국의 북경대나 청화대생 운동선수들이나 분야별 학생대표들을 초청할 수도 있다.
 
  다섯째, 동문 회관을 연건캠퍼스 내에 지어 서울대의 고유한 대학문화를 새롭게 점화시킨다.
  1975년 관악캠퍼스로 옮기기 전, 서울대는 동숭동에서 대학문화를 만들어 발산시켰다. 그 후 대학문화의 메카는 신촌과 홍대로 옮겨졌다. 현재 서울대는 녹두에서 고시문화를 만들 뿐 이름에 걸 맞는 대학문화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강남이나 광화문 등 이곳저곳에서 튀지 않으면서 섞여 지내다보니 서울대인의 고유한 색깔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연건캠퍼스에는 의대, 치대, 간호대가 남아 있어 대학로와 문화의 거리라는 명맥을 잇고 있다. 현재 이곳에 함춘회관이 있지만 의대에 국한된 점이 있다. 여기에 동문회관까지 지어 서울대인에게 개방한다면 동문들은 물론이고 서울대인들이 응집할 것이고, 서울대인들이 다시 한 번 고유한 대학문화, 건전한 지성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본다. 한편, 정책적으로 관악 캠퍼스에서 사당까지 운행하는 마을버스 노선 및 학교셔틀버스를 확충하여 4호선과 연계시킨다면 대학로까지의 교통문제도 해결되리라고 본다.
 
  여섯째,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정신을 함양하여 민족을 향한 책임감을 고양한다.
  서울대인 하면 민족과 국가가 어려울 때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 사회는 서울대인의 진정한 섬김의 모습을 보기 원한다. 작금의 서울대 폐지론의 근원을 살펴보고 서울대인의 새 정신을 만들어간다면 도리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바로 그 새 정신이 특권 지도층일수록 앞서서 희생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이라고 본다.
 
 4. 실제적인 인간관계교육을 위하여
 
  서울대생들은 대학생활 중 폭넓은 대인관계를 가장 원했고 반면, 스스로 대인관계에 있어서 아주 약하다고 생각했다. 대학생활에서의 인간관계가 고교시절에 비해서는 훨씬 다양해지고 복잡해질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지금까지는 입시공부에 밀려 성숙한 인간관계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인간관계 교육은 대학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학교당국은 대학생활에서 취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입생들의 인간관계 특성이나 인간관계에 취약할 것으로 보이는 학생 집단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런 학생생활지도와 관련하여 「대학생활문화원」에서는 ‘대인관계 향상 프로그램’과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대인관계 집단상담이나 대인관계 기술훈련(Social skill) 프로그램, 개인상담 등 더욱 효과적이며 학생들 피부에 와 닿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5. 확고한 가치관교육을 위하여
 
  서울대 신입생들은 대부분 화목한 가정의 외적 구비조건인 양부모와 가족인 수 및 재정 형편 등이 골고루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런데도 해마다 점점 더 높은 비율로 ‘화목한 가정’을 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진실한 사랑‘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03년 신입생의 과반수이상이, 그 중에 남학생은 65%가량이 사랑하거나 결혼이 전제된다면 혼전 성관계도 무방하다고 보았다. 이는 점차 변화되는 성 개념과 성에 대한 태도뿐만 아니라 특히 가치관에 대한 적절한 성교육이 체계적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성교제는 대학시절 인간관계의 중요한 부분이며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매우 중요한 사랑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자기개념 중요도’는 높으나 ‘자기개념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그 격차가 큰 항목은 ’가치관정립‘이었다. 이는 가치관정립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막상 가치관이 확고하게 정립 되어 있지 않아 불안함을 나타낸 것이다. 정작 가치관정립에 큰 영향을 끼치는 종교에 대한 관심도는 아주 미미하고 ‘01년부터는 급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서울대생들에게 가치관확립에 대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함을 말해 준다. 너무 실용적 사고와 외향적 스타일에 젖어가는 시대 흐름과 이런 시대를 지도해 나가야 할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본교의 역사적 사명을 감안한다면, 학교당국 차원에서 확고한 가치관정립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하고 투자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학생동아리들을 통해 건전한 가치관이 자율적인 분위기 가운데 정착되어 갈 수 있도록 동아리 룸이나 시설지원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6. 효과적인 진로개발을 위하여
 
  서울대학생은 ‘적성’과 ‘자아실현’을 중요시하며 장래진로와 연관시켜 보고자 열망하고 있다. 이들이 대학당국에 대해 가장 불만이 많은 것 중에 하나가 ’취업알선‘이었다. 학벌타파와 실질적 능력 중시로 나아가는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서울대 출신이라도 ‘취업’하기가 예전과 같지 않은 분위기임을 감안하면 그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는 신입생들이 재학 중 진취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 나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도록 적극적으로 조력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자신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진로탐색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고 학과별 진로지도 방안의 모색, 다양한 직업 세계를 소개할 수 있는 각종 워크샵 등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7. 여학생을 위한 제도적 장치 및 프로그램개발을 위하여
 
  ‘여학생 비율’이 매년 꾸준히 증가하여 서울대 전체의 40%에 이르고 있으므로 여학생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 및 서비스의 증가가 필요하며, 여학생의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예컨대, 여학생의 취업지도나 성문제 관련 교육 및 상담 프로그램 등의 서비스가 필요하다. ’04년부터 시행된 서울대 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재학생과 졸업생을 연결하는 진로․취업 상담인 ‘멘토링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학교 당국과 여학생회가 서울대와 졸업생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예표이기도 하다.
 
 8. 제 3차 재학생 실태 조사를 위하여
 
  해마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에서 신입생 실태 조사를 시행해 오고 있다. 신입생 실태 조사는 재학생들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는 될지언정 그 자체로는 재학생을 이해하는데 미흡하다. 이를 보완하기위해 1988년에 서울대학교 학생생활연구소에서 1차 ‘재학생 실태조사’를 시행했었고, 그 후 10년 뒤인 1998년 9월부터 1999년 8월의 기간에 2단계로 나누어 2차 ‘재학생 실태조사’를 시행했다. 본 ‘연구 보고서’는 2차 ‘재학생 실태조사’ 자료를 참조하였다.
  현장 조사 결과 ‘00년부터 확산된 인터넷 보급과 ’01년부터 시행된 계열별 광역화로 인해 재학생들의 상황과 인식이 그 이전 학과중심의 재학생들에 비해 상당히 변화되어 있었다. 참으로 아쉬운 점은 이런 재학생들의 변화된 상황을 통계적으로 나타낸 자료를 찾기가 어려운 점이었다. 어느새 광역화를 처음 실시해서 입학했던 ‘01년 학번들이 졸업반이 되었고 학교 당국은 머잖아 대학원 중심 대학을 위해 확대된 광역화를 실시하고자 준비 중에 있다. 이런 시점이기에 학교 당국은 시급히 3차 ‘재학생 실태조사’를 하여, 보다 정확한 통계적 바탕위에 학교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기획과 실천방안을 마련한다면 더 효과적이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